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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27

가을무덤 - 제망매가 / 기형도 -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날이 스산해지고, 기분이 쓸쓸해지는 날에는 왠지 기형도 시인이 떠오른다. 기형도(1960~1989),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시인. 격동의 80년대에 자신만의 시 세계를 만들어가서 그런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곧 서리가 내릴 것 같은 가을이니, 서리가 하얗게 덮인 누이의 무덤을 찾아가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생각하며, 기형도의 "가을 무덤"을 읽어보자. 1. 전문 가을 무덤-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 이 零下(영하)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나는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 2023. 10. 25.
[노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 김상희, 가을노래 TOP1 INTRO "가을" 하면 무슨 노래가 생각나세요? 저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잊혀진 계절은 2위입니다. 그래서 1위는 대체 무슨 노래인가?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는 길이었습니다. 조사가 2015년이기 때문에, 지금 조사하면 좀 다를 거 같습니다. 가을이니, 이 노래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글을 보시면 갤럽 조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2023.10.19 - [가끔 시(詩)를 읽자] - [노래] 잊혀진 계절 - 이용, 원래는 조영남 노래? 1. 원곡, 가수 가요무대 느낌 풀풀 나는, 어머님들이 좋아하실만한 영상입니다. 무려 1968년 노래네요. 제가 으잉? 하는 생각을 할만했습니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 이 곡을 부르신 김상희 님은 1943년생이시고, 무.. 2023. 10. 19.
[노래] 잊혀진 계절 - 이용, 원래는 조영남 노래? INTRO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벚꽃 연금이라면,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단풍 연금곡의 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갤럽에서 2015년에 "가을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무엇인가?"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 노래가 1위가 아니라는 점이 의아했다. 1위는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는 길"이다.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688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본관 (03167)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70 신관 (03042)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70 대표전화 02-3702-2100 Copyright Gallup Korea all rights reserved. www.gallup.co.kr "코스모스 피는 길"은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했.. 2023. 10. 19.
[원문+감상]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원문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문학예술』 1956년 4월호 김현승 시선 COUPANG www.coupang.com 감상 기도에서, 사랑으로, 그리고 고독으로 이어진다. 젊은 시절에는 2연의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가 가장 와 닿았다. 지금은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가 오히려 와 닿는다. "겸허한 모국어"는 내가 배.. 2023. 10. 18.
[원문+감상] "오매, 단풍들것네 - 김영랑"- 누이는 누나? 동생? 가을이 오면, 단풍이 들 때쯤 한번쯤 떠오르는 시다. 다른 구절은 다 몰라도 "오매, 단풍들것네" 이 한구절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시이다. 1. 원문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장광에 골불은 감닢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리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많은 블로그에서 "기둘니리"를 "기둘리니"로 잘못 적고 있다. 김영랑은 운율과 언어의 조탁을 중요시하는 시인이다. 운율을 보아도, 리로 끝나는 것이 맞다. 참고 : https://www.korean.go.kr/nkview/nknews/200209/50_7.html 새국어소식 2002년 9월호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 2023. 10. 15.
[원문+감상] 가을비가 오는 밤, 추야우중 - 최치원, 등전만리심 秋夜雨中------가을비 내리는 밤에 추야우중 - 최치원(崔致遠) 秋風唯苦吟------쓸쓸한 가을바람에 괴로워 읊조린다. 추풍유고음 世路少知吟------세상에 내 마음 아는 이 거의 없고, 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삼경 깊은 밤 창밖에 비는 내리고 창외삼경우 燈前萬里心------등잔 앞의 마음은 만리를 달리네 등전만리심 우리가 사랑한 대표 한시 312수: COUPANG www.coupang.com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으로 유명한 오언절구다. 지봉유설을 지은 이수광은 최치원의 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라 했고, 허균도 가장 빼어난 시로 인정하고 있다. 나도 배운지 30년이 되어가지만 외우고 있다. 등전만리심, 어디를 향한 것인가? 현재 최치원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창작 .. 2023. 10. 14.
[노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김동규, 원래는 봄노래?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벚꽃 연금이라면,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단풍 연금곡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TOP 이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는 김동규가 2000년에 발표한 노래로 원곡은 노르웨이 혼성 그룹 Secret Garden 의 Serenade to Spring 이다. 매우 유명한 "You raise me up"도 이분들 작품이다. 1. 원곡 : Serenade to Spring https://youtu.be/87s99PUdaGg?si=hRZCv3zphsKWM0sL Serenade to Spring , 이 음악을 들으면 한국사람 빼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봄을 연상할 것이다. 2. 가사 -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 2023. 10. 13.
[원문+ 감상] 가을날 - 릴케 1. 원문 가을날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영글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어, 열매들이 온전히 무르익게 하시고 진한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해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도록 그럴 것이며,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고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영문 번역본 Autumn Day Lord, it is time! Let the great summer go, Lay your long shadows on the sundials, And over har.. 202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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