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예술

[시] 내가 사랑하는 계절 & 11월 - 나태주 /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by 미래진행형 2023. 10. 31.
반응형
 

꿈꾸는 시인:나태주의 시 이야기

COUPANG

www.coupang.com

 

 

 

 

 

 

11월이 된다. 어느 덧 11월이다.
11월을 좋아한다는 나태주 시인, 11월의 시 "내가 사랑하는 계절"과 "11월"을 소개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이 짧은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
연말, 연초에 생일을 맞은 사람들에게는 나태주의 시집을 참 많이 선물했었다. 
(시집도 로켓배송이 되다니)
 

 

나태주 시간의 쉼표:시인 나태주가 당신의 하루에 건네는 365 휴식 일력

COUPANG

www.coupang.com

 

원문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겠습니다.

장미는 5-6월에 피는데, 서리 맞은 장미가 있을까? 
시인이 서리 맞은 장미를 이야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태주 시인 : 출처 나무위키

나태주 시인은 1945년생으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1971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대숲 아래서'로 등단했다.

 

 

대숲 아래서:나태주 시집

COUPANG

www.coupang.com

시인의 어릴 때 꿈은
첫째가 시인이 되는 것,
둘째가 예쁜 여자와 결혼해서 사는 것,
셋째가 공주에서 사는 것

그 꿈을 모두 이루었다고 말한다.

 

감상

11월

돌아가버리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는 것, 
인생도 그렇다. 
내 인생이 아직 11월을 논하기엔 이르지만...
내가 할 일은 나를, 주위 사람들을, 그리고 주어진 것들을 더욱 사랑하는 것...

내가 사랑한 계절

잡초도 생명을 다해 사라져버린 늦가을, 드러나버린 황토에서 시인은 옛 기억을 회상한다. 
제사를 지내고 선물 꾸러미를 들고 오는 술 취한 아버지의 비틀거리는 걸음을 멀리서 바라보던 기억. 
어머니가 고구마를 삶아주시던 기억. 
어린시절 가난했지만, 형제들과 함께 즐겁게 보냈던 기억을 소환한다. 
그리고, 황량하게 느껴지는 늦가을과 초겨울을 솔직, 청결, 겸허라는 가치의 발견으로 뒤집는다. 
 
생명이 사그라드는 시점에서, 오히려 추억은 생명을 얻는다.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답게 기억되는 추억들. 
늦가을에 나는 과연 무엇을 추억하게 되려나,
오랜만에 저녁에 산책을 나가봐야겠다.
오솔길의 낙엽을 밟아봐야겠다.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지.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아래의 제 다른 글들도 한번 살펴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구독을 해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2023.10.25 - [가끔 시(詩)를 읽자] - 가을무덤 - 제망매가 / 기형도 -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가을무덤 - 제망매가 / 기형도 -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날이 스산해지고, 기분이 쓸쓸해지는 날에는 왠지 기형도 시인이 떠오른다. 기형도(1960~1989),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시인. 격동의 80년대에 자신만의 시 세계를 만들어가서 그런지, 어둡고 우

futurist.tistory.com


2023.10.15 - [가끔 시(詩)를 읽자] - [원문+감상] "오매, 단풍들것네 - 김영랑"- 누이는 누나? 동생?

 

[원문+감상] "오매, 단풍들것네 - 김영랑"- 누이는 누나? 동생?

가을이 오면, 단풍이 들 때쯤 한번쯤 떠오르는 시다. 다른 구절은 다 몰라도 "오매, 단풍들것네" 이 한구절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시이다. 1. 원문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장광에 골

futurist.tistory.com


2023.10.10 - [가끔 시(詩)를 읽자] - [원문+감상]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시가 아니었다니
 
 

 

[원문+감상]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시가 아니었다니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이라는 시는 윤동주의 시로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애인 시인이자, 패럴림픽 보치아 선수로 활동중인 김준엽 씨의 시인 "내 인생에 황혼이 오면"이라고

futurist.tistory.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