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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맛칼럼] 후식커피 대충 먹지 맙시다 - 커피가 메인인 점심시간

by 미래진행형 202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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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맛집에서  & 후식 커피는 멋집에서.”

밥값에 몇 천원을 더 쓰는 것보다는 커피값에 몇 천원을 얹는 것이 훨씬 큰 효용을 준다.

 

우리는 매일 커피를 마신다. 회의 시간에, 점심을 먹고 나서, 잠깐 손님이 왔을 때 등 

커피는 기호식품이 아닌, 사회생활의 도구다. 특히 점심에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되어버렸다. ‘각자내기’가 익숙지 않은 우리 정서에서 누군가 밥값을 계산하면, 마음 속에 부채감이 생긴다. 

다음에 점심으로 되갚을 때까지 마음의 빚을 묵혀 두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후식 커피는 충분하진 않지만 효과적인 빚 청산 수단이다. 밥을 얻어 먹고, 밥보다 더 멋진 커피를 대접해보자.

한정된 점심시간이니 밥은 맛집에서 빠르게 해결, 대화는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 식사는 20분 정도, 커피는 30분 이상으로 시간을 계획한다.
** 식사는 주문하면 빨리 나오는 만원 언저리의 단품 메뉴가 좋다.
** Tip : 카페부터 정하고 근처 밥집 선정

1. 무교동 북어국집 + 조선호텔 커피숍

** 표준어는 북엇국인데, 사이시옷이 이에 낀 고춧가루처럼 보기 싫다.

 

음식 측면에서도, 가격 측면에서도 매우 언밸런스한 조합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해장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매우 밸런스가 맞는 선택이다.  

 

무교동 북어국집은 앉자마자 숟가락 세팅하기도 전에 음식이 나온다. 맥도날드보다 빠르다. 물론 앉기까지 줄을 좀 서야 하지만, 음식 특성상 회전이 빠르다. 조금 일찍 줄을 설 수 있으면 도전해볼만 하다. 계란이 넉넉하게 풀어진 사골 국물에 꼬들꼬들한 오이 무침이 잘 어울린다. 물김치는 개운하다. 북엇국 한그릇을 비우면 전날 마신 술 뿐만 아니라, 지난 주의 숙취까지 해장이 되는 느낌이다. 국물은 리필이 된다. 북어를 굳이 씹고 싶지 않으면 빼고 달라고 해도 된다. (주문할 때 빼기요라고 하면 된다)

해장의 원탑, 무교동 북어국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가게 앞에는 줄이 더 길어졌다. 왠지 모를 승리감을 느끼면서, 환구단을 지나 조선호텔로 향한다. 로비의 Josun Hotel 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Chosun 일보와는 다른 회사구나라는 잡생각을 한다. 커피숍에 들어가서, 뷰가 좋은 곳을 둘러보다 환구단이 보이는 바 자리에 착석. 메뉴판을 둘러보니, 보통 가던 카페보다 앞에 1 하나가 더 붙는다. 그렇지만 조용하고 고급스런 분위기에, 진동벨 없이 서빙 받는 가격이라 생각하면 괜찮다. 음료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이래서 선을 볼 때 호텔 커피숍을 이용하나 싶었다.

 

멋진 환구단의 뷰가 보이는 바 테이블에 앉아보자

 

밥보다 두 배 비싼 커피지만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그리고 밥값을 계산한 내가 오히려 얻어먹은 느낌이 들었다.


2. 성북동 금왕돈까스 + 수연산방

* 이것도 표준어는 돈가스라는데, 짜장면처럼 좀 표준어로 인정되길 바란다.

 

금왕돈까스는 대리주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를 대고, 딱 내리면 된다. 주차요금은 공영주차장이라서 따로 내야 한다(10분에 300). 메뉴는 간단하다 안심, 등심, 치킨, 정식, 그리고 함박스테이크. 옆테이블을 살펴보니, 함박스테이크만 철판에다 주는 것 같다. 가장 잘 팔리는 게 메뉴판의 첫 줄이라는 생각에 안심 하나, 여러가지 맛을 보고 싶어서 정식 하나를 시켰다. 스프가 나오고, 계란후라이를 형상화한 듯한 양배추채와 완두콩 등이 옆에 놓여있는 돈까스가 나온다. 풋고추 하나가 올려져 있는 게 좀 생경하지만, 깍두기가 기본 반찬인 한국 돈까스 집에서는 오히려 정겹다. 돈까스는 양이 많은 편이라 배가 부르다.

금왕돈가스
수연산방

 

차를 마시러 가는 수연산방은 금왕돈까스 바로 뒤에 있다. 금왕돈까스에 주차를 해두고 걸어가면 되니, 새로운 곳에 이동하고, 또 주차하는 시간과 수고를 아낄 수 있어서 좋다. 고택의 분위기를 잘 살려서,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 내가 방문한 날도 옆자리의 대화는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서로 대화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었다. 가장 좋은 자리인 누마루는 3인 이상이 가야 앉을 수 있다고 한다. 비가 오는 소리도 들을 겸 마당이 내려다 보이는 마루에 앉는다. 고택에 어울리지 않는 태블릿 메뉴판을 이용해, 고택에 어울리는 국화차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셀프로 마친다.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짧은 점심시간이지만 멀리 여행 나온 것처럼 여유롭고 좋다. 수연산방은 소설가 이태준의 생가라고 한다. 수연산방을 검색하니, 이태준의 소설 달밤의 첫 문장이 나온다.

 

성북동(城北洞)으로 이사 나와서 한 대엿새 되었을까, 그날 밤 나는 보던 신문을 머리맡에 밀어 던지고 누워 새삼스럽게, “여기도 정말 시골이로군!”하였다.
– 이태준, 『달밤』(1933)

예전에는 성북동이 매우 시골이었나 보다. 몇십 년 후, 쫓겨난 성북동 비둘기들이 그나마 쉴 수 있었던 곳이 이곳 수연산방이 아니었을까.

 


 3. 남도식당 추어탕 + 한국프레스클럽 커피

남도식당 추어탕

 

메뉴는 단 하나, 추어탕

네이버를 보니 남도식당이라고도 하고, 정동집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 이 집도 무교동 북어국집처럼 단일 메뉴다. 앉자마자 음식이 나온다. 내부는 옛집 그대로, 작은 방에 작은 상 하나씩을 앞에 놓고 옹기종기 모여 앉는 분위기가 정겹다. 반찬은 딱 3가지. 아삭한 오이무침, 김치, 된장에 무친 배추나물. 되직한 국물에 우거지가 들어가 있어서 추어탕을 잘 못먹는 사람도 입문하기 좋은 집이다. 한번에 밥을 다 말면 개밥처럼 되어버리니, 밥은 조금씩 말아가며 먹는 게 좋다. 단일 메뉴에 빠른 서빙, 그리고 빠른 흡입을 마치고 정동길을 걷는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도 좋고, 고종의 길을 걸어도 좋다. 덕수궁길은 아티스트들이 길거리 공연을 하기도 해서, 잠깐 발걸음을 멈추기도 좋다.

 

덕수궁 뷰가 확보되는 카페들은 대부분 매우 붐빈다. 몇천 원을 더 쓰더라도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곳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줄 서서 소음속에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다. 한국프레스클럽은 이름부터 커피 마시러 가기 적당해 보이지 않는데다,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 커피 손님은 별로 없다. 한화호텔에서 운영하기에 비즈니스 점심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덕수궁 뷰 좌석과, 시청광장 & 남대문 뷰 좌석이 있다. 너무 일찍 왔는지, 식사 손님들 때문에 창가 쪽은 자리가 없다. 가운데 자리에 앉아도 푸른 하늘은 잘 보인다. 조금 있으니, 창가 손님들이 나가서 창가 쪽으로 자리를 이동할 수 있었다.

프레스클럽의 뷰

 

프레스클럽은 테이블 간격도 넓어서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종업원이 와서 주문받고 음료도 직접 가져다 준다. 커피값도 다른 카페보다 크게 비싸지는 않아서 좋다.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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