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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맛칼럼] 후식냉면 대충 먹지 맙시다.

by 미래진행형 202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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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와 냉면의 궁합 제대로 즐기기 – “고기는 1인분만 & 후식 냉면 대충 먹지 맙시다.”

 

INTRO. 냉면집과 고깃집의 풍경

1. 흔한 냉면집 점심 풍경

냉면의 계절, 여름...

 

냉면집마다 점심시간마다 줄이 길다. 인파를 보고 돌아설까 생각하지만, 냉면을 먹기로 마음 먹은 날, 다른 대체 메뉴로 우회하는 것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줄을 서서 생각한다. 나도 나름대로 일찍 사무실을 나선다고 서둘렀는데, 내 앞에 있는 긴 줄은 오늘 아침부터 온 사람들인가 싶다. 오늘 점심시간 내에 냉면을 먹을 수는 있을지 걱정된다. 

 

30분을 기다려서 자리에 앉는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지만, 선주후면(先酒後麵)은 지켜줘야 한다. 삶은 고기, 만두, 빈대떡 등 냉면집마다 조금씩 다른 사이드메뉴 중 안주를 시킨다. 냉면 한 그릇 가지고는 배부르지 않은 것은 사이드메뉴를 팔기 위해서 냉면을 조금 주는 것 때문인 것 같다.

 

일행과 소주 한 병을 나눠 먹기도 충분치 않은 안주가 나오고, 줄 선 시간과 노력이 아쉬워서 한접시를 더 시킨다. 곧 주문한 냉면은 나오고, 곧 점심시간도 끝난다. 시간이 좀 더 여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에는 좀 더 일찍 나오자는 지킬 수 없는 말을 나누며 헤어진다.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의 점심시간 냉면집 방문 풍경이다. 이 것도 그나마 냉세권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가능하다. 

 

- 아쉬운 점 : 긴 웨이팅 시간. 비싼 사이드 메뉴 가격.

 

2. 흔한 고깃집 저녁 풍경 

저녁 술자리가 있는 날. 일일이 메뉴의 호불호를 물어가며 결정하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 가리는 사람 별로 없이 무난한 메뉴가 고기다. 고기를 내가 자르기도, 일행이 자르는 걸 멀뚱히 보고 있는 것도 싫어서 냉동 삼겹살집에 가기로 결정한다. 

 

“일단”, 3명이니 3인분을 시킨다. 접시의 빈공간이 듬성듬성 보일 정도의 고기가 나오고, 대화 몇 마디와 술 몇 잔에 불판 위에서 사라진다. 대체 고기집의 1인분 기준은 어떤 사람들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소주 추가보다 고기 추가가 앞서는 것은 우리가 특별히 잘 먹어서 그런가 싶어 괜히 옆 테이블들을 한번 살펴본다. 비어가는 불판을 보며 3인분을 또 시키는 것은, 너무 식탐에 굴복하는 것 같은 마음에  2인분을 추가한다. 2인분이 왔다. 처음에 시킨 3인분보다 조금 적어 보이는  2.5인분 정도가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은 배가 좀 차서 그런 것인가, 실제로 추가메뉴라서 조금 더 준 것인가 생각한다. 고기 5인분과 소주 3병을 비웠지만, 포만감 까지는 들지 않는다. 추가로 2인분을 시켰는데, 다시 2인분을 시킬 수는 없고, 1인분을 추가하기에는 궁상맞다. 공기밥을 시킬 것인가 후식냉면을 시킬 것인가 일행에게 묻는다. 후식으로 나온 물냉면은, 마트에서 라면처럼 파는 냉면 맛이다. 식사가 아니라, 시큼한 식초 맛과 겨자 맛으로 입안의 고기기름을 씻어내는 식순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고기와 소주를 먹고 나니 속이 더부룩해진 느낌이라 그냥 헤어지기는 아쉽다. 맥주를 한잔 하러 2차로 발을 옮긴다.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의 저녁시간 고깃집 방문 풍경이다. 통계를 내 본 바는 없으나, 경험적으로1.5~2인분 정도에 된장찌개나 후식냉면으로 마무리가 일반적이지 않나 싶다.  1인분으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아쉬운점 : 고기의 양. 후식 냉면 부실. 

 

3. 고기와 냉면의 궁합 제대로 즐기기 – “고기는 1인분만 & 후식 냉면 대충 먹지 맙시다.”

점심 풍경과 저녁 풍경의 아쉬운 점들을 해결하고 싶었다.  한 식당에서 모두 해결하기보다는 각각의 전문점을 코스로 이용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고깃집에서 1차를 먹고, 2차로 냉면집에 가서 냉면을 먹는 방식이다. 총 3가지 조합을 방문했고, 참여자는. 각각 3명, 2명, 4명으로 총  9명이다. (9명의 음주 경력을 합산하면 200년이 넘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모두 이러한 조합을 시도해본 적이 없어서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기를 적당량 먹고 냉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매우 만족했다.   

 

고깃집과 냉면집 코스 조합 원칙 
1. 고깃집에서는 부족한 듯 해도 1인분씩만 시킨다. 
2. 냉면집의 라스트 오더 시간을 잘 확인하여 1차를 적당한 시점에 마무리.
3. 냉면집과의 거리는 도보 10분 내외가 적당. 냉면집을 먼저 정해두고 그 근처에서 고깃집을 찾자. 

추천 조합1 ) 마포 : 마포진짜원조최대포 본점 – 을밀대 본점

 

마포진짜원조최대포 본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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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밀대 평양냉면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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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역 마포진짜원조최대포

마포에 최대포라는 상호는 본점 최대포와 마포진짜원조최대포 2군데가 있다. 혓바닥이 길면 거짓말이라고 상호에 진짜&원조 등이 들어가서 이게 오히려 아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진실공방을 펼칠 생각은 없다. 2차로 잡아둔 을밀대로 이동하려면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하는 본점 최대포 보다는 1번 건너는 마포진짜원조최대포 집으로 갔다. 

 

(18시 30분) : 마포진짜원조최대포- 3명이서 돼지갈비를  3인분 시키고, 이 집의 별미인 껍데기도 1인분 추가했다. (껍데기가 배 불러봐야 얼마나 부르겠는가….) 대충 각1병+a 쯤 하니 안주가 바닥났다. 포만감을 느끼기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 추가 주문의 유혹이 있었지만 단호하게 2차로 이동하기로 한다.  

 

고기는 1인분씩

(20시) : 을밀대 -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10분 정도 걸으니, 을밀대 본점에 도착했다. 낮시간의 을밀대와는 달리 밤 8시 무렵의 을밀대는 빈자리가 조금씩 있는 상황.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냉면과 소주를 주문한다. 보통 낮에 오면 “양많이”를 시키지만, 안주로 먹을 거라 보통도 충분하다. 1차를 고기로 배를 적당히 채우고 온 터라, 일행 모두 사이드메뉴에 대한 유혹이 전혀 들지 않는다. 냉면 1그릇은 소주 1병을 하기 적당한 양, 1시간 남짓 후식냉면을 즐기고 저녁자리를 마무리한다. 모두 만족스럽다. 

 

냉면은 보통으로


추천조합 2) 을지로 : 보건옥 불고기 + 우래옥 냉면 

 

보건옥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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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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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있는 보건옥

우래옥에서는 삶은 고기 이외에 등심, 불고기 등을 팔지만 비싸다. 우래옥(又來屋)이라는 옥호는 ‘또 우 + 올 래’로서, 또 오라는 뜻인데, 메뉴판의 가격을 보면 “또 오세요” 느낌보다는 “오려면 오시든가”하는 느낌이다. 냉면이야 대체재가 없지만, 고기는 대체제가 많지 않은가. 그래서 바로 근처의 보건옥에서 우래옥의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고기를 먹고 우래옥에서 냉면을 먹는다. 

 

(18시 30분) : 보건옥 - 2명이서 불고기 2인분을 주문한다. 날계란을 2개 추가하여 불고기에 올리고 노른자에 고기를 찍어 먹어도 좋다. 처음에 가져다 주는 불고기의 양은 매우 적다고 느낄 수 있으나, 육수가 끓다보면 양이 적지는 않다. 또 적으면 어떤가. 우리에겐 든든한 후식냉면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불고기 2인분은 소주 각 1병을 하기 좋은 양. 우래옥의 라스트오더가 20시 30분이라고 하니, 20시에 도착하기 위해서 가볍게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20시) : 우래옥 – 이 시간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웨이팅을 휴대전화 인증하고 등록하는 키오스크까지 있다. 대기인원 17명인데, 식당 규모가 있다 보니 대기 시간은 10분 정도다. 앉자마자 구수하고 매우 뜨거운 면수가 나오고, 주문을 받는다. 주문과 결제를 동시에 하는 선결제 시스템이다. 선결제를 하면 추가 주문을 하기 부담되는데, 우래옥은 추가주문 매출보다는 회전율을 택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냉면을 기다린다. 우래옥 냉면이 평양냉면 집 중 가장 육향이 진한 느낌이다. 느끼할 수 있는데, 백김치 등이 들어가서 안주로 씹을 거리가 좀 있다. 소주를 1병만 시켰지만, 추가로 더 시키긴 뭣하다. 1차로 먹은 고기의 느끼함을 씻어내기에는 냉면도 육향이 있는 편이라서, 1차에는 삼겹살보다 불고기를 먹는 것이 나은 느낌이다. 

 

우래옥의 냉면


추천조합 3) 무교동 : 대원집 + 남포면옥 

 

대원집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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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면옥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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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했던 조합 중 서로 거리가 가장 가깝다(30미터). 그리고 참여인원이 4명으로 가장 많다. 똑같은 코스라도 몇명이 가는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대원집 냉동삼겹살과 남포면옥 냉면 조합 코스를 설명하니, 어떻게 삼겹살집에서 1인분씩만 먹느냐는 반응이다. 그것도 냉동삼겹살집에서… “추가로 더 시키고, 제가 돈 내면 안되나요?”라고 묻기도 한다. “일단 저 믿고 가시죠!”를 외치고 대원집으로 이동한다 .   

전통있는 노포 대원집

(18시) 대원집 – 들어서는 순간 무교동 노포의 역사가 느껴진다. 1968년 영업을 시작한 대원집은 그 역사에 비해 유명세는 좀 덜한 느낌이다. 차가 다니기 어려운 무교동 뒷골목에 있어서 쉽게 눈에 띄지 않아서일까. 점심시간에는 빨간 양념의 제육철판이 인기다. 꽃등심, 소금구이, 주물럭 등 소고기도 팔지만 냉동삼겹살이 가장 인기있다. 냉동삼겹살을 1인분만 시키려니, 뭔가 죄송스런 마음이 들어서 미리 “저희 오늘은 딱 4인분만 먹을 거에요”라고 이야기하니 편하게 드시라고 한다. 파절이와 쌈 접시에 있는 백김치, 절인 깻잎, 약간 숙성된 듯한 생마늘이 냉동삼겹살과 궁합이 잘 맞는다.  

 

4인분만 먹기로 해서인지, 삼겹살을 다루는 손길이 등심을 다루듯 정성스럽다. 4점씩 은박지 불판 위에 올리고, 먼저 올린 삼겹살이 다 익어갈 무렵 다음 4점을 올려서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한다.  한 점에 한 잔, 한 쌈에 한 잔. 한 판 가득 굽다가, 잠깐 한눈 팔면 삼겹살이 과자처럼 바삭해지는 일은 없다. 마지막 한 판, 약간 허전하긴 하지만 소맥을 곁들여서 그런지 배가 부른 느낌도 든다. 

 

(19시 20분) 남포면옥 -  미슐랭 빕 구르망에 4년 연속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담근 날짜가 적혀있는 동치미 장독대와 벽에 붙어있는 유명인사들의 싸인들이 맛을 보증하는 느낌이 든다. 방문할 때마다 ‘저 싸인들을 청하는 기준은 뭘까. 어떤 사람까지 유명인으로 쳐주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오늘은 새로 올린 건물 2층으로 안내받는다. 2층은 자리가 좀 있는 편이다. 남포면옥의 냉면은 우래옥, 필동면옥 등 과 다른 결이다. 고기 맛보다는 동치미 맛이 강하다. 육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는 집이다. 슴슴한 육수와 메밀향이 짙은 면은 안주로 매우 좋지만 면을 다 먹고 육수를 안주삼아 먹고 있자니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든다. ‘소주 한잔에, 냉면 국물 한 모금과  깡소주에 물 한잔 안주와 크게 다를 것 없지 않을까.’ 나중에 소주와 물의 조합도 한번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의 냉면 상황을 보니, 아까 대원집에서 추가주문을 주장하던 멤버는 냉면을 반도 비우지 못했다. 냉면이 입에 안맞아서 그런가 싶어서, 안주를 추가할까 물었더니 배가 너무 부르다고 한다. 

 

남포면옥의 시원한 냉면

삼겹살의 느끼한 잔향을  동치미 맛이 담긴 개운하고 시원한 냉면으로 마무리하니 최적의 조합으로 느껴진다.  남포면옥에서 불고기와 수육도 팔지만, 냉면의 만족도를 최고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삼겹살이 아닐까 싶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취하고, 적당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으며,

냉면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조합들을 발견해보는 재미를 느껴보시면 좋겠다.

 

이 글은 미식 전문 웹진 metizen.co.kr 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재미있는 글들이 많으니 한번 방문하고 구독해보세요~

 

 

 

후식 냉면 대충 먹지 맙시다 – 미식생활자

냉면의 계절이다. 냉면집마다 점심시간에는 줄이 길다. 인파를 보고 돌아설까 생각하지만 냉면을 먹기로 마음먹은 날, 다른 대체 메뉴로 우회하는 것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줄을 서서 생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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