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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울음이 타는 가을 강 (江)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 질 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 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https://blog.kakaocdn.net/dn/RHy4S/btsxH2MwkeQ/RnmSdIazzRuGl1GhDj3Fe1/img.jpg)
감상
1959년 발표된 작품이다. 박재삼 시인이 1933년생이니 그의 나이 36세 때 쓴 시다.
청춘은 지나간 시기.
강을 바라보는 시선은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따라가다 등성이에서 멈춘다.
그 친구는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닐까 싶다.
그 눈물이 다시 강으로 돌아오면, 강은 노을에 붉게 물들어 있다.
울음이 타는 것.
청춘의 기쁨과 슬픔을 지나 이제 바다에 다 와 간다고 하는데, 30대 중반이 쓰기에는 너무 겉늙은 정서가 아닐까 싶다.
이 또한 청춘의 끝자락에 있는 시인이기에 쓸 수 있는 감성이라고 이해한다.
소리 죽은 가을 강.
시인은 강 중류 즈음에서 하류를 노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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