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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릴 때면, 월백설백천지백이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이 한시는 금강산에서 있었던 공허스님과 김삿갓의 시문답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원문
공허스님
月白雪白天地白 (월백설백천지백)
달이 희고, 눈이 희고, 천지가 하얗습니다.
김삿갓
山深夜深客愁深 (산심야심객수심)
산이 깊고, 밤이 깊고, 객(김삿갓)의 근심도 깊습니다.
月 (달 월) / 白 (흰 백) / 雪 (눈 설) / 天 (하늘 천) / 地 (땅 지)
山 (산 산) / 深 (깊을 심) / 夜 (밤 야) / 客 (손님 객) / 愁 (근심 수)
시 배틀은 한자 문화권에서 수천년 된 전통이다. 대구를 주고 받으며 라임을 맞춰야 하고, 뜻도 맞아야 해서 고도의 실력과 멘탈 대결이다.
공허스님과 김삿갓의 다른 선문답 시도 일부 소개한다.
공허스님
燈前燈後分晝夜(등전등후분주야)
등불 이전과 등불 이후 낮과 밤이 갈리고,
김삿갓
山南山北判陰陽(산남산북판음양)
산 남쪽과 산 북쪽으로 음양을 구별하게 됩니다.
공허스님
影浸綠水衣無濕(영침녹수의무습)
그림자는 푸른 물에 잠겼지만 옷은 젖지 않소.
김삿갓
夢踏靑山脚不苦(몽답청산각불고)
꿈에 청산을 다녔지만 다리는 아프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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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공허스님의 "월백설백천지백"에 대하여 김삿갓은 자신의 감정을 슬쩍 드러낸다. 마냥 아름다운 자연에 동화되어 몰입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산심야심객수심"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도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가끔 내 감정과 섞여서 묘한 감정이 들지만, 뭐라 표현을 못하겠던데.... 역시 천재 시인답다.
김삿갓의 생애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김삿갓(본명: 김병연, 1807-1863) : 조선 후기의 유명한 천재 시인이자 풍자 시인
그는 삿갓을 쓰고 다니며 '김삿갓'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김삿갓은 과거에서 김익순을 대차게 까는 글로 장원급제했으나,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상에 대한 불효 + 조상의 죄로 인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삿갓을 쓰고 방랑의 길에 나섰다.
김삿갓에 대해서 좀 더 써봐야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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