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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설날 떡국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떡국의 유래

by 미래진행형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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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새해가 밝아옵니다. 새해가 되면 회사 근처의 떡국집들은 괜히 줄이 길어집니다. 회사 동료들을 가족과 같이 생각하는 마인드를 보여주는 전통적인 모습입니다. 곧 사라지게 되겠지만요. 떡국집을 알아보다가, 설날 떡국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떡국의 유래에 대해서 조사해보고, 광화문 근처에서 떡국을 먹을 수 있는 식당까지 알아보겠습니다. 

 

 

떡이 너무 크게 그려졌다.

1. 떡국의 유래

쌀로 만든 가래떡을 얇게 썰어서 육수에 끓이는 떡국의 기원은 정확한 문헌이 없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떡국을 먹은 것은 왕실에서 유래되었고, 생각보다 오래되었을 것 같습니다. (한석봉 어머니와의 심야 배틀 설화를 생각하면요.)

귀한 흰 쌀로 만든 떡을 길게 뽑아낸 가래떡은 엄숙하고 청결함 + 장수를 동시에 상징하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랜 기록은 조선 후기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1819),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1841)에 등장합니다. 

 

가. 열양세시기

열양세시기의 떡국 관련 원문 기록은 이렇습니다. 

好稻米作末細篩 淸水拌勻 蒸熟置木板上 用杵爛搗 分作小段 摩轉作餠
좋은 벼로 만든 미분을 곱게 체로 친 후 깨끗한 물에 잘 섞어 찐 다음, 나무판 위에 놓고 절구로 빻아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밀어서 떡을 만든다. 

體團而長如八梢魚股 名曰拳模
이 떡은 둥글고 길게, 8개의 물고기 꼬리 모양처럼 생긴 것으로 '권모(拳模)'라고 불린다. 

先作醬湯候 沸將餠細切如錢形 投之以不粘不碎爲佳
먼저 장국을 끓이고, 떡을 동전 모양으로 얇게 썰어 넣는데, 떡이 붙지 않고 부서지지 않는 것이 좋다. 

或和以豬牛雉鷄等肉
때로는 돼지고기, 소고기, 꿩, 닭 등의 고기를 섞기도 한다. 

除夕夜半家人計口喫一椀 名曰餠湯
설날 전날 밤에 가족들은 한 그릇씩 먹는데, 이를 '병탕(餠湯)'이라고 부른다. 

閭巷間問兒小年齒 輒曰 今喫餠湯幾椀
골목에서 어린이들은 서로, '오늘 병탕을 몇 그릇 먹었니?'라고 묻는다.

放翁歲首詩云 中夕祭餘分餺飥 
방옹의 설날 시에는 '설날 밤에 제사 음식을 나눠 먹는다'라고 나온다.

註 鄕俗歲日 必用湯餠 謂之冬餛飩 年餺飥 疑卽此物也
주) 마을 풍습에서 설날에는 반드시 이 국물떡을 사용하는데, 이를 '동혼돈(冬餛飩)' 또는 '년박탁(年餺飥)'이라고 하며, 이것이 바로 그 음식일 것이다. 
- 열양세시기 - 正月(정월) , 元日(원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박탁이라는 음식입니다. 수제비와 유사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박탁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당나라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논문을 읽어보진 않았습니다) 

- 재당 신라인의 추석 명절음식 ‘餺飥박탁(餺飩)’

 

나. 동국세시기

동국세시기의 떡국 관련 원문 기록은 이렇습니다. 

蒸粳米粉置大板上以木杵有棅者無數擣打引作長股餠名曰白餠
찐 쌀가루를 큰 판 위에 놓고 구멍이 있는 목제 절구로 수없이 두드려 길쭉한 모양의 떡을 만든다.
이것을 '백병(白餠)'이라고 부른다. 

因細切薄如錢和醬水湯熟 調牛雉肉番椒屑名曰餠湯
이를 얇게 동전처럼 썰어 장(醬)과 물을 섞어 익혀, 소고기와 꿩고기, 그리고 고추 조각을 섞어 '병탕(餠湯)'이라고 부른다.

以供祀接客爲歲饌之不可闕者 入湯烹之 
이는 제사 지내거나 손님을 맞이할 때 없어서는 안되는 음식이다. 이를 국물에 넣어 요리한다. 

故古稱濕麪者似是物也 市肆以時食賣之
그래서 옛날에 '습면(濕麪)'이라고 불렸던 것이 이와 비슷하다. 시장에서는 이를 제철 음식으로 판매한다.

- 동국세시기 - 正月(정월) , 元日(원일) 

 

병탕(餠湯), 떡 병 자에 국물 탕이니, 떡국을 한자로 옮겨 적으면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옛날부터 습면이라는 음식이 있었다고 하는데, 떡 대신에 칼국수처럼 넣어 먹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 조선상식

최남선(崔南善)도 『조선상식(朝鮮常識)』에서 매우 오래된 풍속으로 상고시대의 신년축제시에 먹던 음복적(飮福的) 성격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였다. 즉 설날은 천지만물이 새로 시작되는 날로,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원시종교적 사상에서 깨끗한 흰 떡으로 끓인 떡국을 먹게 되었다고 본 것이다.
-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문헌들을 보면 꽤 오래전부터 지금 먹고 있는 떡국과 같은 형태의 음식을 먹었을 것이고, 재료는 소고기, 꿩고기 등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꿩이 없을 때 닭을 넣어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꿩 떡국과 닭 떡국을 모두 먹어본 결과 꿩 떡국이 좀 더 질긴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삼계탕용 닭이 훨씬 보들보들합니다. 

 

2. 떡국은 우리나라만 먹을까? 

떡국을 우리나라만 먹는것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도 먹는지 궁금해집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한중일 3국 모두 설날에 떡 또는 떡국을 먹는다고 합니다. 

 

가. 중국의 떡국

중국에서는 설에 먹는 떡을 녠가오(年糕)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중국의 다양한 떡국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토마토 떡국과 팥 떡국은 무슨 맛일지 궁금해집니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342642&memberNo=44011381

 

중국에서도 춘절(설날)에 떡국을 먹는다(feat.중국식떡국)

[BY 람이씨] 중국의 대표적인 설음식을 생각하면 '만두(饺子)'가 떠오르고는 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대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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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일본의 떡국


일본에서도 오조니 (お雑煮)  또는 조니( 雑煮 , zoni)라고 부르는 떡국을 먹는다고 합니다.

조니라는 명칭이 섞일 잡 + 삶을 자 이므로 이것저것 넣어서 끓여먹는 것이라는 느낌이 옵니다. 지역적으로도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합니다. 

 

오조니. 출처 : 아시아경제

 

우리나라의 떡국이 딱딱하고 쫄깃한 반면, 조니는 피자치즈처럼 흐물흐물한 경우가 많아서 목에 걸려 질식사하는 케이스들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아래 짱구가 먹는 떡국이 오조니입니다.

 

 

3. 광화문, 종로 근처 떡국 식당

 

떡국을 주 메뉴로 내세운 집은 한 번도 못본 것 같습니다. 찾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분식집 떡국도 맛있지만, 조금 더 회식 느낌 나는 곳을 골라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포면옥 

 

남포면옥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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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면옥은 떡만두국이 있습니다.

떡국에 만두를 넣는 경계선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중국도 화북지방 쪽은 만두를 넣으니 기후와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경기도 이북은 떡만두가 보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북만두 

 

이북만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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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만두는 메뉴에는 만두국 밖에 없습니다. 떡국을 먹는다고 신년에 몇번 갔던 것 같은데.... 떡국을 먹었는지 만두국을 먹었는지는 불명확합니다. 이북 특유의 슴슴한 맛이 있습니다.

 

만족오향족발

 

만족오향족발 시청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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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집임에도 불구하고 떡국이 매우 맛있습니다. 떡국만 먹으면 배고플 수 있는데 족발과 떡국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좋은 곳입니다.

 

 

떡국의 유래와 한중일 3국의 떡국 문화, 떡국 식당들을 알아보다 보니 배가 고파지네요. 어렸을 때는 떡국 두 그릇 먹고 두 살 더 먹었다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떡국 안먹고 나이도 안먹고 싶어집니다. 모두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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