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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세자 저하? 전하? 황제 폐하? 존칭 호칭 순위 정리

by 미래진행형 2024.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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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 저하 납시오~"라는 사극의 표현을 들으며, '전하 아냐?'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저하는 뭐고, 전하는 무슨 뜻이며, 폐하는 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높은 분에게 아래하(下)를 붙이는 이유

폐하(陛下) , 전하(殿下), 저하(邸下), 합하(閤下), 각하(閣下) 등 존칭에는 아래 하가 붙습니다. 이게 높은 순서입니다. 폐하 빼고는 귀한 건물의 명칭을 앞에 붙이고, 그 아래에 계신 분이라는 존칭으로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건물의 높은 순은 전(殿)-당(堂)-합(閤)-각(閣)-제(齋)-헌(軒)-루(樓)-정(亭)의 순서라고 합니다.

 

2. 존칭의 순서

가. 폐하(陛下)

https://namu.wiki/w/%ED%8F%90%ED%95%98

 

폐하

영어 : Your Majesty 황제 폐하는 Your Imperial Majesty, 국왕 폐하는 Your (Roy

namu.wiki

 

폐하에서 폐(陛)는 섬돌, 즉 높은 계단을 의미합니다. 아래 자금성의 사진을 보시면, 황제는 계단 위에 있고, 내관이 계단 아래에서 황제에게 올릴 신하들의 간언을 대신 받아서 전달합니다. 그래서 신하들이, 황제에게 말할 것이 있을 때 "계단 아래(내관)에 아룁니다"라고 했다는 것이 유래라고 합니다.  

높은 섬돌 아래 = 폐하

 

나. 전하(殿下)

폐하가 황제에 대해서 사용하는 존칭이라면, 제후국들의 왕들에게는 전하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사극에서 가끔 만세를 부를 때, 천세(千世)라고 부르는 행동도 황제가 만세인데, 제후국의 왕이 만세를 쓰는 것은 불경스럽다고 생각해서일 것입니다. 

 

전하의 殿은 궁궐의 전각을 의미합니다. 경복궁의 근정전 같은 곳이지요. 우리나라의 임금님들은 신하들과 전각 아래서 서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전하라고 했습니다. 

조선시대 어전회의-출처 : KBS 사극

 

3.  저하(邸下)

집 저(邸)는 글자는 본래 제후가 임금을 알현하기 위해 상경하였을 때 머무는 집이라고 하며, 임금이 되기 전에 사는 집을 잠저(潛邸)라고 합니다. 저택 등의 의미입니다. 저하는 세자를 위한 존칭으로 사용합니다.

 

비슷한 의미의 동궁마마(東宮媽媽)는 세자가 사는 궁이며 조선시대에는 동궐(東闕)이라 하였는데, 동궐이라 하면 법궁인 경복궁의 동쪽에 있던 창덕궁과 창경궁을 말합니다. 

 

사도세자의 초상화 - 출처 : 나무위키

 

 

4. 합하(閤下)

閤은 궁중의 작은 문, 관청을 의미합니다. 궁중의 큰 문은 임금이 다니는 길이므로, 궁중의 작은 문으로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높은 벼슬아치일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대군이나, 당상관 급, 정승급 관료들에 대한 경칭으로 사용합니다. 사극에서 주로 쓰일 때는 "대원군 합하"로 친숙할 것입니다.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3901

 

당상관(堂上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흥선대원군 이하응

5. 각하(閣下) - feat. 가카

閣은 종각역, 규장각, 누각 등 건물을 일컫는 한자입니다. 우리 정서에 각하는 대통령을 뜻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조선시대에는 고위급 관리에게 사용하는 경칭이었습니다. 조선시대 각하의 경우 '판서 이하 고위공직자', 그러니까 장관급 이하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대통령의 호칭으로 각하를 쓰는 것은 오히려 내려치기입니다. 

 

"폐하, 전하, 합하, 각하"의 순서이기 때문에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각하'가 대통령을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졌으며, 지금은 '각하'라는 호칭이 권위주의적 통치를 떠올리기 때문에 사용되지 않는 용어입니다.

 

다만, '가카'는 대통령을 뜻하는 일반명사라기보다는 특정 대통령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가카

 

아시는 분은 댓글에서 맞춰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용어인 '각하(却下)'와는 한자가 다릅니다. 

각하와 기각의 차이도 이 참에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https://www.ytn.co.kr/_ln/0103_202405310440329311

 

[짤막상식] '각하'와 '기각'의 차이는?

법원에서 소송에 필요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소송을 종료하면 각하,법원이 소송을 심리한 결과, 형식적인 요건은 갖췄지만, 그 내용이 실체적으로 이유...

www.ytn.co.kr

 

3. 교황 성하(聖下)의 뜻

 

'성하'는 '거룩하신 분' 또는 '성스러운 분 아래'라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한자 문화권에서 '아래 하'를 붙이는 존칭의 조어법을 따라서 '하느님 아래'에 계신 분이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용어로 추정합니다.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찾은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63년 마산일보의 기사입니다. 

 

교황성하의 귀천을 애도하면서 라는 기사

 

 

교황이 사망하면, 새로운 콘클라베가 열립니다.  라틴어 'conclave: 열쇠로 잠글 수 있는 방'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콘클라베는 추기경들이 모여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를 뜻합니다. 


콘클라베 결과 굴뚝에서 흰 연기가 나오면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흰 연기는 종이를 태워서, 검은 연기(선출 실패)는 젖은 짚을 태워서 만든다고 합니다. (지금은 화학약품으로 색을 명확하게 만든다고 하네요)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알리는 시스티나 성당 굴뚝의 흰 연기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1678574

 

'콘클라베' 피어오른 검은 연기, 어떻게 만드나?

새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투표가 진행되고 있지만 후임 교황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출 성공 여부는 흰 연기와 검은 연기를 피워 알린다고 돼있는데 연기에 색을 어떻게 넣는 걸까요? 바티

news.sbs.co.kr

 

지금까지 높은 분에 대한 존칭으로 사용하는 '아래 하' 시리즈를 알아보았습니다. 잡학지식에 +1레벨 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