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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문학예술』
1956년 4월호
감상
기도에서, 사랑으로, 그리고 고독으로 이어진다.
젊은 시절에는 2연의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가 가장 와 닿았다.
지금은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가 오히려 와 닿는다.
"겸허한 모국어"는 내가 배우고 익힌 것이 아니라, 원초적인 신앙심을 의미한다.
원초적이기 때문에 태어나서 배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 가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서를 촉발시킨다.
나는 지금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lily)의 골짜기 어디쯤을 헤매고 있는 것가?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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